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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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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인신문 작성일16-06-08 20:10 조회8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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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슬픈 인생에게 희망을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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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석 목사의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 정희수

책 표지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울퉁불퉁하고 구불거리는 비포장 길이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나 있고 그 길 이 사라진 곳 부근에 지평선 저어 끝에 나무 한 그루 서 있는 사진이다. 구불대는 길이지만 걷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도 없다. 그래서인지 길이 외로워 보이고 저 멀리 있는 나무가 외로워 보인다. 모르겠다. 누군가 이미 지나간 길일 수도 있겠고 책을 읽는 이들에게 걸어가라고 남겨 둔 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그 길을 한참이나 걸어가고 있었다. 드넓은 들판 언덕길이고 먼지 나는 황량한 길이다. 지나가는 이도 따라 가는 이도 없는 한적한 길을 걸어간다. 몇 장 넘기지 않아 저자가 가고 있는 길은 낯설지 않아 보였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고 누구나 걸어야 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저자의 걸음은 달랐다. 외로워 보였는데 누군가와 쉼 없는 대화를 하고 있다. 가만가만 걷는 듯 했으나 거친 호흡을 하며 걷고 있다. 그러나 그의 걸음걸이는 단정했다. 누군가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듯하다. 특히 나와 같은 이들에게는.

 

성경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나그네’로 규정한다.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베드로전서 2:11). 이 세상은 항구적인 머묾과 안주의 장소가 아니라 일시적 거처에 불과하며, 따라서 이 땅에서의 삶은 잠시 머물다 길 떠나는 순례자의 삶이라는 것이다. 신약성경 요한복음 14장 6절에 따르면, 예수님은 스스로를 ‘길’이라고 했으며, 초대교회 제자들은 ‘그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라고 불렸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의 길을 나의 길로 삼아 살아가는 것이다.

 

신앙과 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김기석 목사의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병든 사람들을 하나님에게 향한 길로 끝없이 인도해온 저자의 신앙 에세이집이다. 자아, 교회, 세상, 그리고 공동체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가 2004년 3월부터 2년 간 기독교전문잡지 ‘기독교사상’에 <김기석의 하늘ㆍ땅ㆍ사람 이야기>로 연재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당장의 욕망을 위한 응석받이가 되는 냄비신앙이 많은 시대에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며 무쇠 솥 신앙을 갖도록 이끌어주는 목회자로 꼽힌다. 문학적 깊이와 삶의 열정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드문 인물’이라는 평답게 그의 글에선 깊은 산 옹달샘 같은 신선함이 묻어난다.

 

저자는 오직 힘에 대한 집착으로 예수님의 정신을 상실해가고 있는 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기독교적 가치를 짚어내면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뜻하는 ‘그 길’을 우리의 삶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인도한다. 나아가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지키면서 ‘가진 자’뿐 아니라, ‘못 가진 자’와도 함께 ‘그 길’을 걸어 나가도록 이끌고 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아들을 잃고 상심한 할머니가 장독대에서 시들어가는 화초를 보고, “너나 나나 무슨 죄가 이리도 많아 목이 마르냐?”하시며 화초에 흠뻑 물을 주고 내려왔는데, 한결 기운이 새로워졌다는 이야기는 참 의미심장하다. 목마른 것은 화초뿐이 아니다. 그 할머니도 목이 마르고 예수도 십자가상에서 목이 말랐으며, 세상의 많은 이들의 목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를 직감하고 물을 주는 자는 복되다, 물을 주는 자의 갈증도 사라지리니. 그렇게 작은 아픔과 희망에 주목하는 가운데, 우리는 사람에게로 난 길을 걷는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각박한 세상과 교회현실 안에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맑고 시원한 성찰의 물 한 모금 내게 선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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